Ich Habe Genug (I Have Enough) BWV 82, 바하 칸타타

제가 살고 있는 미국 동부에는 연이은 한파와 눈소식에 학교 심지어 공공기관까지 문을 닫는 상태로, 모두들 눈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습니다. 눈이 이렇게 계속 내리게 되면 일하러 나가야하는 사람에게는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니지만, 모든 것을 다 접고 집에서 막상 즐기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공상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하염없이 눈이 오는 모습과 닮은 곡이 있어서 소개드릴까 합니다. 바하 칸타타  82번의 첫 곡 아리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오보에는 마치 눈과 같이 가벼운 무엇인가가 하늘에서 날아가는 듯한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Thomas Quasthoff (Baritone)

 

원래는 바리톤을 위한 곡이지만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오보에 대신 플룻과 함께 연주합니다.

Ian Bostridge (Tenor)

 

“I have enough”라는 노래 제목은 눈이 더 안오기를 바라는 지금 저희 심정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칸타타라는 종교곡의 특성상 현세에서 삶을 이제 그만하고 주님의 품안으로 가겠다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 아리아의 영어번역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I have enough,
I have taken the Savior, the hope of the righteous,
into my eager arms;
I have enough!
I have beheld Him,
my faith has pressed Jesus to my heart;
now I wish, even today with joy
to depart from here.

현세에서의 삶이 만족스러운지 아닌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지상을 떠나는 것을 더 큰 기쁨으로 받아들인다는 얘기인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칸타타란 바로크 시대의 악기 반주를 곁들인 성악곡이며,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연극 대사와 같이 말하듯이 노래하는 것)가 번갈아 나옵니다. 종교 칸타타는 성경 구절에 그 바탕을 두고 있고, 바하는 200여곡의 곡을 남기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 이 곡입니다.

순서는 다음과 같죠.

아리아 – 레치타티보 – 아리아 – 레치타티보 – 아리아

그 첫 번째 아리아는 ‘Ich habe genug’,

두 번째 아리아, ‘Schlummert ein, ihr matten Augen (Fall Asleep, You Weary Eyes)’,

세 번째 아리아, ‘Ich freue mich auf meinen Tod (I am looking forward to My Death)’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의 목소리로 전곡 감상

 

9:53에 나오는 두 번째 아리아의 단순한 매력도 첫 번째 아리아 못지 않네요… 마음에 안식을 주는 훌륭한 곡입니다.

Ich Habe Genug (I Have Enough) BWV 82, 바하 칸타타”에 대한 1개의 생각

  1. 저는 눈 내리는 날이면, 모짜르트의 혼 콘체르토를 그렇게 듣고 싶었어요. 오보에도 눈과 참 잘 어울리는군요. 풀릇은 흩날리는 작은 눈발을 연상시키고… 목관악기 음색에 그런 힘이 있나 봐요.
    오랜만에 들은 칸타타… 아침을 맑게 씻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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